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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축구/유로파리그

한 경기 만에 수비 하이라이트, 김민재라는 거물을 담기엔 페네르바체는 너무 작다.

 


말도 안되는 플레이. 수비로 한 경기 하이라이트를 만들어낸다.

대한민국에 이 정도 클래스를 가진 수비수가 과연 몇 명이나 있었는가? 유럽 선수들을 압도하는 피지컬과 수비 지능, 전진 드리블, 후방 빌드업 능력을 모두 가진, 이런 괴물 수비수는 과거 우리 나라에 존재하지 않았다.

 

2019년 초, 전북에서 맹활약한 김민재를 프리미어리그 왓포드가 관심을 가졌었지만 그는 중국행을 택했다. 또 한 명의 유럽리거를 기대했던 국내 팬들은 그의 결정에 큰 실망감을 표했었다. 그의 실력이 충분히 EPL에서도 통할 것이라 생각했기에 그 실망감은 더 컸다. 그 이후로도 소속팀과 대표팀에서 그는 천천히 그의 입지를 다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여름이적시장. 베이징 궈안과 대표팀에서 맹활약하는 김민재를 터키 슈퍼리그 페네르바체가 300만 유로(약 41억원)에 영입했다. 첫 유럽 무대라는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활약을 보여주며 지금은 팀의 핵심 수비수로 자리잡았다. 오늘도 그의 활약은 빛이 났다.

 

오늘 새벽 2021/22 유로파리그 조별예선 D조 페네르바체와 올림피아코스의 경기가 진행됐다. 경기 시작부터 후반 막판까지 양 팀은 서로 뛰어난 수비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대에게 골을 허용하지 않고 줄다리기를 했다. 특히 무엇보다 가장 눈에 띄었던건 김민재였는데 그는 정말 올림피아코스 입장에선 벽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의 뒤로 공이 흘러가는걸 허용하지 않았다.

 

상대의 패스와 크로스를 전부 차단하고 명문 그리스 리그 1위 팀의 공격수들을 피지컬로 압도하며 그야말로 숨막히는 질식 수비를 보여주었다. 또한 후방 빌드업을 주도했으며, 패스길이 막혔을 때 그의 특유의 전진드리블로 상대 압박을 벗겨내기도하였다.

 

Olympiacos v FenerbahceSK

 

하지만 그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89분 경기 종료 몇 분을 앞두고 페네르바체는 올림피아코스의 소아레스에게 결승골을 허락하며 1-0 패배를 하게 되었다. 김민재는 홀로 고군분투하였지만 나머지 선수들의 지원이 아쉬웠던 순간이었다.

 

이로써 페네르바체는 D조 3위로 컨퍼런스리그 플레이오프로 가는 것이 확정되었다. 만약 손흥민의 토트넘이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조별예선 마지막 6차전에서 승리하고 극적으로 2위가 확정이 된다면 김민재와 손흥민이 만나는 그림도 충분히 그려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공격의 핵심과 수비의 핵심이 만나 서로 겨루는 것을 본다면.. 정말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뛴다.

 

오늘 경기를 통해 느낀 점은 페네르바체는 더 이상 김민재를 품기엔 너무나도 작은 팀이라는 것이다. 반 시즌도 되지않아서 그는 자신과 다른 선수들의 클래스 차이를 입증했다.

 

터키 슈퍼리그에서 그는 리그 최정상 수비수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유로파 리그에서도 그의 수비력은 압도적이었다. 이제는 더 넓은 무대로 가야할 때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현재 그의 수준은 유럽 4대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25세. 신체적으로 적어도 최소 5년은 최상의 컨디션을 지닐 나이, 188cm의 탈 아시안적인 피지컬과 순발력,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그의 공격적 위협성, 현대 축구에서 수비수에 요구하고 있는 뛰어난 발 밑 능력과 빠른 판단력까지. 마치 네덜란드와 유벤투스의 마티아스 더 리흐트를 연상케하는 그가 가진 능력과 잠재력은 충분히 유럽 빅네임 구단들이 노릴만 하다.

 

베이징 궈안에서 활약할 때부터 FC포르투, 왓포드, 에버튼, 사우스햄튼, 울버햄튼, 아스널, PSV아인트호벤, 라치오, 인터밀란, 데포르티보, RB라이프치히 등이 김민재를 원한다는 뉴스가 흘러나왔었다. 최근엔 토트넘과 진하게 링크되고 있다. 

 

아마 최근 페네르바체와 국가 대표팀에서의 그의 활약을 보면 유럽의 많은 구단들이 진지하게 그를 노리고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 늦기전에 더 큰 무대로 넘어가 그의 클래스를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김민재가 어떤 선수한테든 완전히 실력으로 밀려 돌파를 허용하거나 몸싸움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혹시 본 적이 있는가?

 

그래서 더 궁금하다. 그가 세계적인 톱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한 리그에서 그들과 마주했을 때 지금같은 넘사벽 수비수같은 모습을 계속 보여줄지 아니면 역시 세계의 벽이 높다는걸 체감하게 될지 정말 궁금하다. 지금까지의 그의 플레이를 봤을땐 누군가에게 실력이나 피지컬로 압도된다는 것은 상상조차 안간다.

 

김민재는 이번 시즌 리그 11경기에 출전하고 있으며 수비수임에도 팀 내 평점 7점 이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페네르바체에서는 주로 아틸라 설러이와 마르셀 티저랜드와 함께 3백의 중앙수비수로로 맹활약하고 있는데 이 전 팀이었던 전북, 베이징 궈안, 그리고 대표팀에서는 4백으로도 활약한 선수이다. 3백이나 4백 포메이션에 맞게 옷을 바꿔입으며 맹활약한다는건 그의 전술 이해도도 꽤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의 몸 값은 현재 650만 유로(약 90억원)로 측정되고 있으며, 이는 지난 해 200만 유로(약 28억원)보다 3.25배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실력에 비해 거의 헐값이다. 그가 만약 영국 태생의 금발을 가진 '메이슨 데이비스'라는 이름을 가진 선수였다면 과연 650만 유로라는 몸값이 측정되었을까? 확실히 저평가되었다. 하지만 앞으로 그의 몸 값은 천차만별로 더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터키 무대는 그에게 너무 작다. 개인적인 바람이라면 그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더 큰 무대로 팀을 옮겨 세계적으로 훌륭한 수비수로 성장하길 바란다. 앞으로 향후 몇 년간 대한민국의 골대를 든든히 지켜주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그의 이름을 펼칠 김민재 선수의 빛나는 앞 날을 응원한다.